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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출산 (자연분만, 샌디에고 샤프 메리버치, 출산 전날 부터 출산 후 1박 2일의 기록) - 1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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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출산 (자연분만, 샌디에고 샤프 메리버치, 출산 전날 부터 출산 후 1박 2일의 기록) - 1

유하루맘옥또니 2024. 1. 25. 07:14

1월 15일이 예정일이었던 둘째.
날짜는 다가오는데 나올 생각이 없는지 태동도 신나게 하고 가진통도 별로 없었다. 그래서 출산 예정일 3일 전부터 밥 먹고 나면 무작정 밖으로 나가 걸었다.

첫째도 예정일날 나올 생각이 전혀 없어 보여서 낳기 전 3일 동안 gym에서 계단 오르기를 했었는데 운동을 시작 한 셋째 날 아침. 양수가 세는 바람에 가진통도 없는 상태에서 병원을 가게 되었고 촉진제 맞고 병원을 두 시간가량 남편과 걸어 다니며 4센티를 겨우 열고 무통은 맞았지만 힘든 시간을 거쳐 아이를 낳았다 (병원에 입원 후 출산까지 총 22시간이 걸림. 푸쉬는 짧았지만 10센티 열리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렸다)

보통 식 후 1시간 에서 1시간 30분 정도 걸었는데 걷다 보면 골반 옆이랑 엉덩이 뒤쪽으로 묵직하고 아프게 욱신 욱신 뭔가 내려앉는 느낌이 오기는 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외관상 배는 내려오지 않았었고 대망의 예정일!

마침 쉬는 날이었던 남편과 함께 아침 먹고 24 Fitness를 갔다. 30분 트레드밀을 타고 20분 계단 오르기를 했고 기진맥진 상태로 집에 왔다.

운동 후 인증샷

집에 돌아와 씻고 너무 쉬고 싶은데 ㅎㅎ 점심을 먹고 나니 다시 힘이 생겼고 남편을 꼬셔 2차 운동을 또 갔다.

같은 날 다른 복장 ㅎㅎ. 이 때도 트래드밀 30분 계단 오르기 20분.

시부모님이 한국에서 와계셔서 첫째를 맡겨놓고 남편이랑 둘이 운동을 하러 나왔는데.. 진짜 몇 년 만에 둘이 손잡고 나온 지 모르겠다🥰 데이트도 아니고 둘째 출산을 위한 일종의 몸부림이었지만ㅋㅋ 둘이서만 뭔가를 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설레기까지 했다 ㅎㅎ

집에 돌아와서 또 샤워하기 귀찮아 일단 저녁을 먹었는데 첫째가 아파트 짐에 놀러 가자고 아빠를 조르기에 나도 짐볼을 탈 겸 쫓아 나갔다.

울 가족이 셋 에서 넷이 되기 전 찍은 마지막 사진이 될 줄이야 😍


남편과 첫째는 열심히 숨바꼭질과 술래잡기 공 굴리기 등을 하고 놀았고 나는 자궁이 열리는데 좋다는 요가와 짐볼운동을 30분 정도 했다.

자궁 수축은 이틀 전부터 있었지만 아프지는 않았고 불규칙했어서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내일도 안 나오겠거니~’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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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시
자궁수축과 함께 약한 통증이 있어서 깼다.
일주일 전, 먼저 출산한 작은언니랑 계속 카톡을 했는데 아무래도 진진통인 거 같았다 (작은언니는 진진통 3분 간격일 때까지 별로 안 아파서 가만히 있다가 엄마랑 통화 후 엄마가 빨리 병원 가라고 해서 급하게 병원을 갔고 간 지 두 시간 만에 무통 없이 출산했다 😂 길에서 애 낳을 뻔)

수축이 올 때마다 생리통 같은 통증이 있었는데 6-7분 간격이지만 이 정도면 참을만한데?라는 생각이 드니 어쩌면 진진통이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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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3시
진통이 생리통보다는 많이 세졌지만 참을만했고 수축 간격은 그대로였다. 어딘가에서 가진통은 뜨거운 물로 샤워하면 통증이나 진통 간격이 완화되고, 진진통이면 오히려 진통이 빨라진다는 글을 읽었기에..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해봤다.

10분이 안 되는 샤워시간 동안 3번이나 강한 수축이 왔고 이건 진진통이다!라는 생각에 후다닥 샤워를 끝내고 남편을 깨웠다. 남편도 나갈 준비를 마치고 새벽 4시에 짐을 싸서 병원으로 향했는데 그때는 수축 간격이 3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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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 30분
입원수속을 마치고 Triage room에서 아이 심장박동과 자궁수축 간격을 확인했고 내진을 했는데 벌써 3.5센티가 열렸다고 했다. Epidural을 맞겠냐는 간호사의 질문에 0.1초의 망설임 없이 Yes Yes! 를 외쳤다 ㅎㅎ

피곤에 지친 남편 ㅎㅎ

4센티가 열려야 Epidural을 놔주기 때문에 간호사가 좀 걷고 오겠냐고 물었고 나는 그러겠다고 했다. (Bery active mom이라는 칭찬을 받음 ㅋㅋ)

쉴 새 없이 나와 아기를 체크 하고있는 기계

첫째 때는 아무것도 몰라서 언제 애가 나오는지 몰라 남편을 하루종일 옆에 붙잡아 놓았었는데 나름 이것도 경력직이라고 남편을 빨리 집으로 보냈다.

집에 가서 밥 든든하게 먹고, 첫 째 어린이집 데려다 놓고, 남편이 먹을 간식거리를 챙겨서 오라고 한 뒤 병원을 한 시간 동안 미친 듯이 돌아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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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6시
첫째 낳을 땐 남편과 함께 새벽에 병동을 누볐는데 혼자서 진진통을 견디며 병원을 돌아다니다 보니 괜히 남편을 보냈나 하는 생각도 들고 혼자 견디는 시간의 진진통이 더 아프게만 느껴졌다. 7시까지 걷고 오겠다고 했지만 너무 아파서 5분 일찍 Triage room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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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7시
내진결과 4.5 센티가 열렸다.
남편에게 에피듀럴 승인이 났고 분만실로 옮겨 갈 거라고 문자를 했다. 남편은 지금 그럼 병원으로 다시 돌아가야 하냐 물었지만 ㅎㅎ 이 역시도 나는 경력직답게 대답했다. 앞으로 분만실 갈 때까지 2-30분, 무통 맞기까지 2-30분 더 걸릴 거 같으니 천천히 오라고 했다. 그리고 정확히 30분 후, 간호사가 밀어주는 휠체어에 이끌려 분만실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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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8시 15분
왠지 첫 째 낳을 때 나에게 무통을 놔주셨던 분인 거 같은….! 낯이 익은 마취과 백인 의사 선생님과 한국인이실 거 같은 Mr. Choi 의사 선생님이 내 등뒤에서 이런저런 대화를 주고받으며 무통을 놔주셨다. 진통이 너무 심해 진통제를 맞고 난 후 (수액에 바늘을 꽂아 넣어줬는데 이것도 은근 아픔) 무통주사를 꽂아서, 무통 바늘이 들어가는 느낌은 났지만 그다지 아프지는 않았다. 그리고 나에게 무통 천국이 찾아왔다 ㅎㅎ

무통 맞고 15분 정도 후 소변줄을 꽂고 있는데 😂 남편이 분만실에 도착했다.

어서 와 남편 ㅎㅎ 이런 모습은 두 번째지? ㅋㅋ

진통세기가 80-90을 왔다 갔다 하는데 평온을 찾은 내 모습을 본 남편은 ㅋㅋ “무통 맞으니까 확실히 통증이 덜 하는구나~”라는 망언을 했다 ㅋㅋㅋㅋ 무통이 통증을 완화시키는 건 맞지만 아픔을 상쇄시키는 건 아니라고 ㅋㅋㅋㅋ!!!

빨리 방을 빼고 싶어서 간호사에게 물어보니 자세를 자주 바꿔주면 자궁이 더 빨리 열린다고 해서 2-30분마다 자세를 바꿔줬는데 또 한 번 아주 Active mom이라며 칭찬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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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9시
Midwife가 방문을 했다. 아주 액티브 한 산모가 있다고 들었다며 내 칭찬을 먼저 해 주며 자신을 소개 한 내 담당 조산사는 진정한 능력자였다! 자궁이 6센티 열렸는데 원하면 양수를 터트려서 분만을 빨리 진행시키겠다고 했다.

덜컥 겁이 나서 나는 음… 조금만 더 지켜보면 안 될까? 하고 한 발 물러섰고, midwife는 괜찮다며 그럼 두 시간 뒤 11시쯤 돌아오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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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10시
몸을 계속 뒤집고 움직이고 했지만 생각보다 진행이 더딘 거 같았다. 그래서 담당 간호사에게 양수를 터트려달라고 했고, 조산사가 10분 후 들어와서 아주 쿨하게 양수를 터트리고는 8센티 열렸다~ 조금 이따 봐~ 하며 나갔다

10시 50분쯤 10센티가 다 열렸고 푸쉬가 시작 됐다. 푸쉬 하기전 “Do you need a mirror?” 하고 물어보는데 엄청 당황했다 ㅎㅎ ”Why do I need a mirror?” 하고 되물었고, “If you want to watch, you can”이라고 ㅋㅋㅋㅋㅋ ”No thank you 😂😂😂” 다 같이 한바탕 웃고 푸쉬를 시작했다.

자궁 수축이 오면 보통 세 번 정도 푸쉬를 할 시간이 주어지는(?)데, 총 여섯 번의 수축을 통해 드디어 홀몸(?)이 되었다. 수축이 오면 무진장 힘을 주고 수축이 끝나면 midwife와 옆에 간호사들과 두런두런 small talking을 했다. 미국은 진정한 smal talk의 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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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월 16일 오전 11시 14분. 2.965 kg.
열 달만에 드디어 보고 싶었던 둘째 딸의 얼굴을 보게 되었다.

우리에게 와줘서 고마워 아가야 🥰

미국은 제모 X, 관장 X, 회음부절개 X.
그런 거 없다. 어차피 애기가 태어날 쯔음엔 자연관장이라고 해서 변이 수시로 마렵고, 제모는 원하면 셀프로 한다고 한다. 회음부절개도 따로 해 주지 않는다.

내 midwife가 대단하다고 느꼈던 건 내가 푸쉬를 하는 동안 힘을 옳은 방향으로 줄 수 있도록 계속 디렉션을 나에게 줬던 것도 있고, 남편 말에 따르면 아이 정수리가 나왔다 들어갔다를 몇 번 했는데, 잘 나올 거 같지 않았는지 능숙하게 아이 머리가 잘 나올 수 있도록 마지막 푸쉬때 미리 머리를 잡아서 내 회음부가 최대한 덜 찢어지도록 꺼내줬다는 것이다.

첫 아이 때도 2도 열상, 이번에도 같은 2도 열상이었는데 첫째 때는 3주가 되도록 안 아물고 피가 많이 나서 고통의 3주를 보냈는데 이번엔 회음부 방석을 쓰지 않고도 출산 날부터 앉고 일어서고 가 자유로웠다. 정말 대단한 분이다..


분만실에서 둘째 딸과 아이컨택중인 아빠

세상에 나오자마자 엄마 품에 안겨주고 한 시간가량 skin to skin을 했고, 아빠는 아이와 엄마의 열 달간의 연결고리였던 탯줄을 자른다. 그렇게 분만실에서 한두 시간 정도 더 보내고 나면 휠체어에 몸을 싣고 아이를 안은 뒤 입원실로 올라간다.

입원실에서의 1박 2일은 다음 편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