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3. 22. 05:10ㆍ샌디에고 일상
2024년 8월 1일,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5시에 칼 퇴근을 한 후 Daycare에서 아이들을 픽업해 집으로 향했다.
예전과 다르게 샌디에고의 퇴근길 교통체증은 매우 심하다.
특히 Chula Vista로 내려가는 방향은 항상 로컬에서부터 줄이 어마어마한데,
다행히 나는 아이들을 태우고 North로 올라가기 때문에 트래픽에 시달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날따라 Chula Vista 방향에는 유난히 차가 많았고 나는 1차선에서 앞서 가는 차를 따라가며 정속 주행 중이었다.
밑의 지도를 보면 1차선은 나중에 North로 올라가는 차들이라 보통 정속 주행(45 mile zone)을 하고
2차선 및 우회전 차선은 원래도 차가 많지만 끼어들기하는 차들 때문에 더 정체가 되는 구간이기도 하다.
내 차 일반 차 트래픽차 상대차

앞 쪽에 교통 신호가 초록불이어서 나는 앞 차와 간격을 유지하며 따라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내 눈앞에 픽업트럭 한 대가 어디선가 나타났고... 운전석에 있는 운전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그는 입으로 "F**k!! F**k!!'을 외치고 있었다.


그 찰나와 같은 순간이 지금도 잔상으로 계속 기억에 남아있다.
아주 세 개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소용없다는 걸 이미 알았고,
쾅! 소리와 동시에 에어백이 터지면서 연기가 났고, 손목이 무언가에 부딪혔는지 상처가 나고 피가 고이기 시작했다.
뒤에 앉아있던 큰 아이는 (당시 다섯 살 생일을 3일 앞두고 있었다) 엉엉 울기 시작했고, 아무것도 모르는 둘 째는 (당시 6개월) 다행히 울거나 보채지는 않고 얌전히 카시트에 앉아있었다.
교통사고를 이렇게 크게 당해 본 건 처음이라 아이들이 무사한 걸 확인하고 난 뒤 순간적으로 사고가 멈췄다.
뭘 해야 하지? 어떻게 해야 하지?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핸드폰은 어딨지? 보험카드가 어딨 지?
생각하고 있는데 벌써 경찰이 와서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교통사고 난 지점이 SDPD 바로 옆이었다. (지도 보면 우측 하단)
엠뷸런스가 연이어 두 대가 도착했고, 경찰은 나보고 병원에 가야 하는지를 물었다.
손목이 굉장히 아팠고 피가 줄줄 흘렀지만 정상적인 사고가 안 되는 와중에도
오직 아이들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괜찮다고 하고 아픈 손목으로 아이들을 챙겼다.


우리 차도 큰 편인데 상대방 차는 Comercial용 Pick up truck으로 우리 차보다 조금 더 크고 힘이 좋았고,
상대방 차는 트래픽이 있는 2차선에서 대기를 하고 있다가 내 앞에 가던 차가 지나 간 걸 보고 Mall에서 나와
위에 그림에 그려 놨 듯 하얀색 화살표 방향으로 무리해서 진입하려다가 뒤에 오는 내 차를 미처 못 보고 사고를 냈다.
하필 사고가 나자마자 추적추적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트래픽이 심한 도로의 1차선까지 막혀버리자 트래픽은 점점 심각해졌다.
교통을 통제하기 위해 경찰들은 내가 괜찮은지 확인 후
사건 현장을 촬영할 시간을 준 뒤 바로 Towing Car를 불러서 사고 현장을 정리했다.
(그때는 내 손목에 피가 철철 흐르는 걸 보고도 사건 현장 마무리에만 집중하는 경찰들이 야속했지만,
생각해 보면 그게 그들의 Job이자 Duty이기에 생각해 보면 감사하다.)
일 하고 있는 남편에게 겨우 정신을 차리고 전화를 해서 교통사고가 심하게 났으니
와 달라고 통화를 마친 후 사건을 정리해 보기 시작했다.
교통사고 직 후 대처
1. 사건 현장을 사진 및 동영상으로 남긴다.
사람의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 왜곡되기 마련이다.
사진 및 동영상은 있는 그대로의 현장을 보여주기 때문에 최대한 많이 촬영하는 게 좋고 나중에 변호사를 선임해야 할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1. 전체적인 사건 현장과 2. 차량 손상부위, 3. 상대 차 및 번호판을 찍어 놓아야 한다.
2. 운전자들의 Driver License와 보험을 교환한다
교통사고가 일어나면 사고에 대한 잘잘못은 보험사가 결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내 과실이 아니라고 생각했어도 혹여나 보험사가 10프로라도 내 과실이라고 결론을 내면 결과가 내 생각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서로 교환을 해야 한다.
3. 부상이 있는지 확인하고 필요하면 병원을 방문한다
보통 교통사고 후유증은 다음날이나 다 다음날 나타난다. 눈에 보이는 찰과상이나 타박상이 있는 경우에는 바로바로 사진을 찍어서 증거로 남겨놓는 게 좋다. 나중에 변호사를 선임할 일이 생기게 되면 기록을 남겨 놓은 것들이 다 case에 도움이 된다.
나의 경우에는 다음 날 바로 카이로프렉틱을 갔다. (목과 허리에 무리가 많이 왔고 손목은 에어백이 터지면서 찰과상 밑 손가락에 타박상을 입었으며 처음엔 몰랐는데 안전벨트 모양대로 멍이 들어 한 달 정도 멍이 지속되었다.)
사진주의!!



타향살이하면서 여러 일을 겪었지만 진짜 이때의 교통사고는 정말 모든 걸 다 접고 한국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매일 들었던 시기 었다.
다음 글에서는 변호사 선임 후에 내가 했던 일들을 이어 갈 예정이다. 변호사 사무실 도움 없었으면 이 난감한 시기를 어떻게 견뎌 냈을지 상상도 안 간다 (사고 이후에 내 몸이 이 정도로 차츰차츰 망가질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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