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6. 10. 12:55ㆍ샌디에고 일상

8월생인 하루는 작년 8월 한국학교가 시작할 무렵 다섯 살이 막 되어서 다행히 한국학교 수업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즈음에 하루는 한글로 자기 이름이나 “엄마 아빠 유하 사랑해요” 정도는 쓸 수 있었지만 한글 구조를 안다기보다는 단어를 그림처럼 통째로 외워서 그림처럼 그렸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물론 한글용사 아이야를 당시에 좋아했어서 쉬운 단어들은 조금씩 보고 듣고 따라 쓰기도 했지만 이 조그만 아이가 일 년 만에 이렇게 일취월장할 줄은 몰랐다.
1학기는 16주, 2학기는 20주로 매주 토요일 9시 30분부터 12시까지 수업이 진행되었고, 중간에 합창대회를 참여하게 되면서 오후 1시까지 합창대회 연습도 꽤 오랜 기간동안 해서 남가주 연합 합창 동요대회 무대에 서는 기회까지 가지게 되었다.
원래도 의욕이 많고 뭔가 하면 꼭 뭐라도 따 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 아빠를 닮은 것 같다🤦🏻♀️.
한국학교의 숙제 양은 적지 않았다. 맞벌이 부부인 데다가 저녁 독박육아를 하는 나는 다섯 시 퇴근 후 집에 아이 둘을
픽업해서 오면 항상 여섯 시가 넘었고, 아이들 밥을 차려 먹이고 나면 일곱 시. 일곱 시에 부랴 부랴 아이들을 씻기고 나와서 작은애를 재우면 보통 여덟 시쯤에나 하루의 숙제를 함께 봐줄 수 있었다. 때로는 너무 졸려해서 재우려고 하명 엉엉 울며 숙제를 해야 한다는 내겐 너무 짠하기만 했던 다섯 살짜리 내 꼬마.

처음엔 이름 석자 겨우 썼던 하루는 종업식 날 개근상과 우등상을 타는 놀라운 성과를 냈다. 시험이 물론 엄청 어려운 건 아니었지만 네 번의 시험을 다 백 점 맞은 딸아이의 시험지와 그 결과로 인해 받게 된 상장.

그 상장은 결코 예쁘게 꾸며진 가벼운 종이 한 장의 의미가 아니었다. 하루와 함께 저녁마다 읽고 쓰고 졸린 눈을 함께 비비며 보내온 우리의 수많은 순간들 추억들의 무게였다. 이 아이와 함께 해 낸 오늘의 결과가 너무 자랑스러워서 친정 가족톡과 시댁 가족톡에 마구마구 사진과 영상을 올렸다.
이제 한국학교는 두 달간 방학이다. 이 아이와 두 달 동안 뭐를 해야 할지 고민을 시작하기도 전에 친구 엄마들이 잔뜩 프로그램 일정을 보내왔다. 한국학교 숙제가 일주일에 두 번 일기 쓰기인데, 이 아이의 일기장에 행복한 기억, 추억들만 쭈욱 써 내려갈 수 있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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